이실직고했다가 핑게댄다고 혼난 해프닝

30년이 약간 못되는 얘기이다.
고교시절 우리학교는 전원이 10시까지 야간자습을 했다.
두명이 장난을 치다가 때마침 순찰돌던 담임선생님한테 걸려 앞으로 불려 나왔다.
“이 자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장난질을 해?” 둘다 모두 혼나기 직전이었다.
먼저 장난을 걸었던 아이 하나가 자신이 모든 잘못을 덮어쓰기 위해 이실직고했다.
“선생님, 제가 먼저 그랬습니다”
그 아이의 말이 끝나지 마자, 선생님이 그아이에게 하신 말씀을 듣고는 지켜 보던 우리들은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선생님이 그 말을 한 아이를 주목하며 뭐라고 하셨냐면,
“이거 나쁜 놈이네~ 친구한테 덮어 씌울라고 그래? 일리와 임마~”
하고는 양볼을 양손으로 잡고 아래위로 잡아 당기셨다.
사연은 이랬다.
아이는 자신이 먼저 장난을 걸었다는 의미로 “제가 먼저 그랬습니다(I started it first)”라고 한 것인데,
선생님은 이 아이가 친구 핑게를 대고 떠넘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재(저 애)가 먼저 그랬다(he started it first)”로 알아 들은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유사한 일이 나에게 있었다.
어떤 분이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듣는 즉시 속으로 생각하길 ‘아니?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지? 참 말을 지혜롭게 하지 못하네. 참 갑갑하다. 으이그~’
그리고, 그후에 여러번을 떠올려 아무리 좋게 생각해볼려고 해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일어나서 비몽사몽간에 세면실에서 양치질을 하면서 그전날 그 분이 말한 것을 내가 잘못 받아들였구나 하는 것이 갑자기 깨달아졌다.
똑같은 문장이었지만,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뉘양스로 해석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그것을 깨닫지 못했더라면 그분이 말한 의도와 상관없이 내가 처음에 잘못 받아들인대로 여전히 나는 생각하고 있을 뻔 했다.
그런데, 아마도 없을 수 도 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중에는 나처럼 그 말을 오해하고 들은 사람이 있었을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그 말을 들을 때 제 정신상태에서 들었다는 점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내가 평소에 그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던 경험과 생각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받아들이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가지에 대하여 자기점검을 하였다.
첫째로, 나의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방이 오해하여 들을 수 있는 소지가 없도록 지혜롭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겠다. 이를 위해서는 단어선택, 문장, 억양, 빠르기, 표정, 몸짓에 유의해야겠다.
둘째는, 남의 말을 오해하여 듣지 않도록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과거의 선입견과 정황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겠다.
사람은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글이든 말이든 오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소한 오해가 매우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 한 것은 ‘이건 결코 오해가 아니다’라는 강력한 오해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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