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자격 4가지 공정성, 책임감, 민첩성, 추진력 (by 민재형)

요즘 인기 있는 ‘남자의 자격’이란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남자가 죽기 전에 해봐야 할 101가지 일을 출연자들이 매주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리더의 자격이란 어떤 것일까? 101개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문헌에서 리더의 조건과 자질에 대해 논하고 있다. 필자는 리더의 자격으로 공정성, 책임감, 민첩성, 추진력의 4가지를 꼽고자 한다.

공정성이란 주관적인 개념이다. 내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상대방이 보기에는 공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관적인 공정성이 객관적이려면 일이 결정되는 과정이 투명하고 원칙을 따라야 한다. 공정함이란 또 내가 기여한 만큼 얻음을 의미한다. 공정성은 자신이 기울인 노력에 비해 너무 많은 혜택을 기대할 때 깨지게 된다. 공정함이란 기회의 공평성(equity)을 말함이지 결과의 공평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더는 구성원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면서 그들 각자의 노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대가를 공정하게 분배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공정한 분배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객관성을 가진 나눔의 원칙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원칙이란 모든 사람을 위하는 것이고, 예외란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이다.

 둘째, 책임감이다. 리더는 최종적인 의사결정자다. 구성원과의 오랜 협의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리더 자신이다. 의사결정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며, 우리가 바라던 결과가 항상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종종 사람들을 위험 회피적으로 만들고, 발전적인 시행착오를 억제한다. 하지만 발전적인 시행착오가 없다면 현상(status-quo)에 안주하게 되고, 조직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의사결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 감수는 리더의 몫이 돼야 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한다면, 리더는 구성원의 신뢰를 잃게 된다. 구성원의 믿음과 그들의 진정한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결정하고 구성원이 행한 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리더와 조직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일할 수 있는 이른바 ‘으샤으샤’ 분위기가 고취될 수 있다.

셋째, 민첩성이란 미세한 환경 변화도 재빨리 알아차리고 이에 바로 대응하는 능력이다. 개구리 민담(boiling frog)은 우리에게 민첩함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일깨워 준다. 개구리는 원래 온도 변화에 둔감하다고 한다. 이렇게 온도 변화에 둔감한 개구리도 펄펄 끓는 물동이에 던져지게 되면 그곳에서 바로 뛰쳐나오게 된다. 물이 뜨겁다는 것을 즉시 감지하기 때문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큰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영자는 없다. 그러나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동이 속에서는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안주하다가 개구리처럼 어느 순간 최후를 맞이한다. 우리 주위에는 지금도 서서히 진행되지만 우리의 목을 죄어오는 작은 변화들이 적지 않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누적돼 우리에게 크게 다가오기 전까지 이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디지털카메라의 급속한 발전을 예상하지 못한 아그파포토와 폴라포이드의 사업 실패, 냅스터 서비스의 위협을 예상하지 못한 음반업계의 침체 등 상황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미세한 변화도 알아차리고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지금과 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리더의 또 다른 자격이 될 것이다.

넷째, 추진력이란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능력을 말한다. 우스갯소리로 NATO(No Action Talk Only)라는 말이 있다. 말만 앞서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것이다.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기획능력이라기보다 아이디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다. 한때 베스트셀러로 각광 받았던 ‘실행에 집중하라(Execution)’라는 책의 요점도 바로 이것이다. 말만 앞서는 ‘스마트 토크의 함정(smart talk trap)’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의 행동을 실제로 유발하게 하는 추진력이 리더에게는 꼭 필요한 자질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학문분야에서는 “Hear one, See one, Do one”이라는 금언이 있다. 하나를 들으면 그것을 실제로 관찰해 보고, 직접 해보라는 말이다. 들은 것은 잊어버리지만 본 것은 기억하고 한번 해보면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 리더를 양성하는 우리의 경영학 교육 현장은 어떤가? 혹시 말만 번지르르한 미래의 리더를 양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재형 서강대 경영대학장 및 경영전문대학원장 jaemin@sogang.ac.kr

민재형 교수는 서강대 경상대를 거쳐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제학사, 인디애나대에서 의사결정학(Decision Sciences)으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강대 경영대학장 및 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경영과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 Clare Hall College의 종신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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