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로 승부하라-이택경 다음 공동창업자

김길연 대표, 이택경 DAUM 공동창업자
후배 창업가들에게 말하다

머니투데이 최우영, 이현수 기자 | 2012.01.09

기업가정신재단이 지난 7일 개최한 청년기업가대회 입상 10개팀 대상 첫 교육에서 다음 공동창업자인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와 김길연 엔써즈 대표가 자신들의 창업경험과 청년기업가들을 위한 조언을 들려주었다. 이 대표는 이재웅씨와 함께 다음을 공동 창업했고, 지금은 청년창업가 인큐베이팅에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7년 동영상검색업체 엔써즈를 창업, 지난해 말 지분 45%를 200억원에 KT에 매각했다. 엔써즈는 동영상을 텍스트정보 없이 이미지 등의 분석만으로 자동 분류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KT의 엔써즈 인수는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벤처 M&A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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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연 대표는 “벤처기업은 3년, 5년, 7년 단위로 위기가 올 때가 많다”면서 “그 시기를 잘 헤쳐나가야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6년 동안 맨날 밤새고 일했는데 망하고 나니깐 파티션만 남았다.”

김길연 엔써즈 대표(36)는 동료 2명과 만든 회사의 가치를 5년여 만에 450억원으로 끌어올린 성공한 창업가다. 그러나 앞서 6년을 공들인 첫 번째 창업에서는 그도 빚만 떠안은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첫 번째 창업에서 실패를 해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에 KT 계열사 사장이 된 그는 창업을 꿈 꾸는 후배들에게 “돈 버는 재미만으로는 안 된다. 열심히 사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더 중요하게는 세상에서 안 되는 것을 우리 기술로 바꿔보자는 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실패에서 배운 것

김 대표는 2000년 KAIST 전산학과 대학원생 시절 SL2라는 음성인식기술 업체를 만들었다. 벤처 붐이 일던 시기여서 삼성증권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쉽게 출발했다. 하지만 투자에 대해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매출만 늘리려다 6년여 만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코스닥 상장에 실패하자 멤버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결국 남은 건 기술책임자(CTO)였던 저와 병역특례요원뿐이었다”며 “빚을 갚기 위해 컴퓨터까지 전부 팔고 나니깐 파티션과 덜 갚은 빚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SL2의 실패 사례를 들며 “사업의 타이밍과 아이템의 사업화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아이폰4S의 ‘시리’처럼 음성인식기술이 상용화될 배경도 없었고,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도 완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품을 팔러 갔는데 ‘창문 열어’라고 명령하면 인식이 돼서 창문이 열리는 데, 밖의 소음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창문 닫아’를 인식 못하는 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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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성공의 비결은 경쟁을 즐기고 메인 아이템에 주력하는 것

첫 번째 창업에서 실패한 김 대표는 빚을 갚기 위해 전화를 걸어 전등을 소등하는 폰네트워크 디바이스를 혼자서 팔기도 했고, 이것마저 여의치 않자 대기업 시스템통합(SI) 프리랜서를 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돈을 좀 모으기는 했지만, SI를 하다 보니 나만의 메인 아이템이 사라지고 방향성 없이 일하게 됐다”며 “창업한 후배들에게도 SI는 하지 마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7년 김 대표는 사용자제작 콘텐츠(UCC)의 보급에 주목하고 동영상을 이미지를 끊어 검색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개발을 하다 보니 해외 경쟁업체들도 속속 눈에 띄기 시작하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경쟁이 없는 사업은 시장성이 없다는 거잖아요. 차별성을 확보하면서 경쟁을 즐기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그는 창업 1년 동안은 집에 한 푼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매력적인 단기계약도 있었지만 다 뿌리쳤어요. 힘들어하는 동료들에게도 ‘메인 아이템을 탄탄하게 만들어놔야 나중에 파이(성과)가 커지는 속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독려했죠.” 김 대표가 2명의 동료와 함께 시작한 엔써즈의 현재 직원 수는 60여명. 연매출도 초기 3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어났다.


◇사장 명함에 취하지 마라

김 대표는 이어 20여명의 청년기업가대회 입상 팀원들에게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실질적인 조언도 내놓았다. 우선 창업자의 자세. “원래 설립초기가 제일 행복한 겁니다. 젊은 나이에 사장, 이사 직함 가지니깐요. 그런데 어느 날 동네 호프집에 가니깐 모든 손님들이 다 사장이더군요. 정신이 버쩍 들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창업자의 자세는 월급을 주고도 돈을 남게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매출만 올리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동료들이 힘들어도 절대 힘들어하면 안됩니다. 회사가 힘들다고 같이 힘들어 버린다면 조직이 흔들립니다.”

그는 또 벤처특유의 기업문화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저희는 아예 출퇴근 시간을 없앴습니다. 공부도 하라고 하면 안 하듯이 벤처도 시키면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거죠. 또 하나 싸움을 권장해야 합니다. 물론 뒤끝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싸워야 발전이 있고, 방향이 서는 겁니다.”
보상에 대해서 그는 “100% 모든 직원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면서 “룰은 함께 정하고 대신 정당하게 따르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n분의1은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하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안 되는 것을 우리 기술로 바꿔보자는 꿈이 있어야 한다”며 “물론 그 꿈은 사업화 가능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그런 꿈이 있어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영 기자 young@

이택경 대표, “아이디어만 믿고 창업? 정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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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경 대표는 “아이디어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나만의 무기인양 해 봤자 소용이 없다”며 “공개하고 토론하면서 튜닝을 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택경 대표는 “창업은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그 자체로 목적이 돼야 한다”며 창업을 하려는 이유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창업이 돈만 벌기 위한 것이라면 너무 허무하지 않겠습니까. 돈 벌어 사회사업을 하기 위해 창업을 했다는 친구들도 있던데, 이 경우 창업의 고통을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내가 정말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 ‘내가 이런 분야는 뭔가 바꿔보고 싶다’는 본연의 창업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아이디어는 광산에 불과할 뿐

이 대표는 먼저 “아이디어만 믿고 창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아이디어에 자아도취가 돼서 찾아오는 청년들이 많은데 제가 보기에는 대부분 화장실에서 잠깐 떠오른 정도에 불과한 것들이죠. 위험합니다. 아이디어는 거대한 광산일 뿐입니다. 광산에서 캔 원석이 아이템이고, 그 아이템을 다듬어서 세공을 해야 비로소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는 겁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했다는 것은 만화 같은 얘기일 뿐입니다.”

이 대표는 이어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과 많이 나눌수록 다듬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도용 당할까 싶어 밝히기를 꺼려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하지만 세상에 자기 혼자만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는 없다”며 “1000명이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10명 정도에 불과하고, 그 중 한 두 명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공공재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개하고 토론해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또 “취미는 본인이 잘하는 것보다 잘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맞지만, 창업은 최소한 이 분야에 대해 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 자체보다 실제 사업을 구체화하고 실행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본질로 승부하라

이 대표는 “일단 스타트업을 만들었다면 본질적 가치를 지키며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애써서 만들었는데 왜 안 알아줄까’라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는데, 이건 순서가 잘못된 겁니다. 만든 사람이 아니라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것이 제품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읽고, 그 니즈에 적합한 해결책을 찾고, 그 다음에 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게 맞는 순서입니다.”

그는 또 “기존에 좋다는 서비스들을 다 베껴서 붙인 ‘잡탕밥’같은 서비스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기능을 다닥다닥 붙인 건 결국 자신 있는 서비스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라며 “다 붙여놓고 해보면 하나는 걸리지 않을까 하는 것은 무책임한 기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인 요리는 맛이 없지만 디저트로 승부하겠다는 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디저트 카페가 본업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비즈니스를 만들어갈 때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많은 창업가들이 소화불량으로 죽는다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국내에서는 NHN, 다음, 넥슨, 네오위즈, 한게임 등이,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 등이 모두 첫 번째 창업에서 ‘대박’을 낸 경우”라면서 “첫 번째 창업이라고 성공가능성이 낮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머니투데이 이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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